양평 단독주택 연서헌
“강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건축주가 전한 첫마디는 집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연서헌(嬿屖軒)은 이전 프로젝트였던 연서재·연서가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었다. 원래 계획되었던 두 채의 큰 집은 개인적 사정으로 중단되었지만, 건축주는 미처 다하지 못한 아쉬움을 품은 채 새로운 땅을 마련했다. 그 땅은 개군산 남측 끝자락, 남한강을 마주한 언덕 위에 자리하며, 도로보다 높아 원경 조망이 가능했다. 강과 산,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집. 그것이 건축주가 원한 전부였다.
| 설계 | 소하건축사사무소 |
|---|---|
| 시공 | 브랜드하우징 |
| 인테리어 | N/A |
| 사진 | 이한울 작가 |
| 설계 기간 | 4개월 |
| 시공 기간 | 7개월 |
| 대지면적 | 875.00㎡ (264.75평) |
|---|---|
| 건축면적 | 173.92㎡ (52.62평) |
| 연면적 | 173.92㎡ (52.62평) |
| 층수 | 지상 1층 |
| 가구수 | 1가구 |
| 준공년도 | 2024년 |
풍경을 품는 공간
집은 무엇보다 조망을 중심에 두고 설계되었다. 후면 도로에서 진입해 현관에 들어서면 두 매스가 만드는 사이공간에 심어진 작은 나무가 방문자를 맞는다. 취미실은 현관에서 바로 연결되며, 가구처럼 보이는 문을 통해 들어서도록 계획했다. 취미실에서는 바로 외부로 나가는 동선이 마련되어 확장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가진다.
중문을 지나 공용 공간으로 들어서면 비로소 시선은 동측 풍경으로 쭉 열린다. 주방에서 식당, 거실로 이어지는 열린 시선은 크지 않은 집에 넉넉한 공간감을 불어넣는다. 각기 다른 크기와 비례로 계획된 창은 풍경을 다양한 방식으로 잘라내어 집 안의 어느 자리에서도 강과 산을 조망할 수 있다.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벽을 대신하고, 건축은 이를 액자처럼 끌어안는다.
두 축으로 나눈 매스
부지는 크지 않았지만 모양이 특이했고, 뒤편에 향후 또 다른 집이 들어설 예정이었기에 이번 집은 단층으로 계획되었다. 건축가는 땅의 형상을 고려해 두 개의 축을 가진 매스를 배치하고, 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집의 전체 구성을 만들었다. 공용 공간인 거실·주방·식당·취미실이 있는 매스와, 사적 공간인 안방·자녀방·드레스룸·부부욕실이 있는 매스를 구분했다. 그리고 두 매스 사이에는 작은 데크와 조경 공간을 두어 내부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이는 단순한 동선 분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생활의 리듬을 나누면서도 한 울타리 안에서 다시 만나는 구조는, 건축주가 바랐던 ‘편안한 일상’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차양과 디테일
남향의 긴 매스는 계절마다 강하게 들어오는 빛을 고려해 차양을 두었다. 차양은 빛을 적절히 걸러내며 실내의 쾌적함을 유지한다. 또한 고효율 창호, 전열교환기, 실링팬 등의 설비가 더해져 사계절 내내 편안한 생활 환경을 만든다.
거실의 특징은 멀바우 책장이다. 건축사무소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현장에서 제작한 이 책장은 공간을 지탱하는 구조물처럼 작동한다. 하얀 벽과 천장 속에서 짙은 우드톤이 선명하게 자리 잡으며, 공간의 중심축이 되어준다. 책장은 단순한 수납을 넘어 거실과 식당, 주방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며, 가족의 삶을 담아내는 배경이 된다.
사적인 매스의 깊이
좁은 연결 통로를 지나면 자녀방 두 개와 안방이 나온다. 안방은 TV가 매립된 가벽으로 수면 공간과 작업 공간을 분리하여 효율성을 높였다. 또한 공용 매스와는 다른 각도로 배치되어 남한강을 독립적으로 마주한다. 드레스룸과 연결된 부부욕실은 이 집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다. 천창을 통해 자연광을 받아들이며, 다운욕조를 낮게 배치해 앉은 자리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일상의 끝에서 자연과 조우하는, 은밀하면서도 개방적인 공간이다.
단순한 형태, 풍부한 의미
외부 형태는 목구조의 특성을 살린 박공지붕이다. 단순한 집의 원형적 실루엣을 유지하되, 매스를 파내는 방식으로 변화를 주었다. 파낸 공간은 진입부와 확장의 의미를 담는다. 재료는 비와 눈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금속 지붕과 금속 외장재를 선택했다. 특히 빗물받이가 없는 지붕 디테일은 시공자와의 긴 협의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다. 단순한 듯 보이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수치와 디테일이 집의 인상을 결정짓는다.
연서헌은 단순한 주택이 아닌, 강과 산,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담아낸 공간이다. 단층의 낮은 집이지만 풍경과 맞닿으며 오히려 더 큰 세계를 품는다. 내부의 책장, 창, 차양, 그리고 깊은 욕조까지 모든 요소는 자연과 시선을 나누고, 가족의 삶을 담아내기 위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