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리 두 건축가의 집 ‘모조’
경기도 양평 다가구주택 (2019)
설계 |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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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 |
인테리어 | - |
사진 | 최진보 |
설계 기간 | 6개월 |
시공 기간 | 7개월 |
대지면적 | 101.00㎡ (30.56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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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면적 | 60.53㎡ (18.31평) |
연면적 | 170.61㎡ (51.62평) |
층수 | 지상 4층 |
가구수 | 2가구 |
준공년도 | 2019년 |
- 따로 또 같은 두건축가의 집 ‘모조’ (시골의 협소주택)
mojo(모조) – 원시종교에서 유래된 말로 내 안에 잠든 긍정의 추진력을 깨우라는 주문 같은 단어.
1. 바람이 바람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건축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본인의 집을 짓겠다는 바람은 공통된 꿈일 것이다.
이런 바람이 바람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우리는 그 것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을 모색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짐작하겠지만 돈 문제였다.
둘 다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가지고 있는 유동 자산도 토지를 구매하기엔 턱없었다.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토지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서울에서는 어림없었고 도시 생활권에 속한 곳의 작은 토지 정도가 목표가 되었다.
이런 생각을 공유하고 시도할 수 있었던 바탕은 둘의 신뢰 관계에 기인했다. 동업 이전부터 이어온 시간이 20년을 넘겼고 동업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 들을 함께 해쳐 오면서 다져진 신뢰가 없었다면 아마도 같이 땅을 사고 같이 집을 짓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2. 생각지도 못한 암초. 문화재.
건축설계를 업으로 하는 우리가 이런 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덜컥 토지를 구입했다는 어처구니없음에 심한 자괴감을 가지게 된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문화재였다.
양수리 섬 전체는 문화재유존지역으로 건축행위를 하기 위해선 먼저 지표조사나 시굴조사를 시행하게끔 되어있다. 우리 땅은 문화재청에 확인한 결과 매장 문화재가 나올 확률이 90% 이상이고 그러므로 지표조사가 아닌 시굴조사를 통해 문화재유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시간과 돈 중에 우린 시간을 포기하고 국비신청을 해 시굴조사를 받았다.
3개월여의 시간을 버렸지만 다행히 문화재는 나오지 않았다. 천운이었다.
3. 모와 조의 집 자리
계획을 시작하며 제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 집을 어떤 구성으로 어떻게 앉힐 것인 가였다. 층별로 나누어 집을 배치하면 채광(향)은 동등해지고 바닥면적의 활용도는 좋아지겠지만 외부 경관에 차등이 생긴다. 땅콩집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복층형식으로 구성하게 되면 채광(향)은 차등이 생기나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외부 경관은 양쪽이 동일해진다. 우리는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2층에서는 공원의 숲이 보이고, 3층에서는 그 너머 운길산의 능선이 겹쳐지고 4층에서는 숨겨졌던 북한강과 하늘까지 아우르는)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럴 경우 달라지는 채광의 문제(과연 어느 집이 남향을 취할 것인가?)를 해결해야 했다. 갈등이나 앙금이 남지 않도록 이 부분을 조율해 내는 것이 이 집의 계획에 있어 가장 어려운 숙제였던 듯싶다.
두 가족이 원하는 각각의 요구 조건들에 대하여 우선순위를 매기고 비교해 본 결과, 네식구인 모소장은 면적을, 세식구인 조소장은 향을 더 원하는 것으로 좁혀졌다. 그래서 내린 우리의 결론은 각자의 집에 이르는 공용홀을 조소장의 집 면적에서 할애해 상대적으로 모소장이 바닥 면적을 더 확보하고 대신 조소장은 남향을 취하는 것이었다.
4. 겉과 다른 속
겉은 통일된 디자인으로 두 집의 구별을 두지 않았다. 단순한 매스에 그저 가로로 길게 찢은 창을 층별로 반복해서 설치했을 뿐이다. 외피는 땅의 모양을 따르고 내부와 창은 공원과 나란히 두다보니 그 어긋남이 착시를 만들지만 그것은 단순함이 지루함으로 읽히기를 경계하기 위해 의도된 바이다.
속은 모소장과 조소장의 개인적 취향이 그대로 담겨 완벽히 다른 2개의 집으로 읽힌다. 아니 그러하길 기대했다.
스스로가 마루타가 되어 시도 되어진 여러 디테일은 성공하기도 또 실패하기도 했으나, 그것대로 모두 유의미하다. 두 소장에겐 이 집이 어떤 결론을 보기 위한 시험이 아닌 체험 학습의 과정에 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비용이 정말 많이 든 체험학습이다.
5. 도시 또는 시골의 협소주택
단어가 내포한 네가티브적 의미는 차치하고 생소했던 협소주택이라는 말이 이제 꽤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게 됐다.
보통 떠올리게 되는 협소주택의 이미지는 도시의 작은 자투리땅(6~7평의 토지에 지어지는 집도 봤다)에 3~4개의 층으로 높게 지어진 주택일 것이다. 협소주택은 익명적이고 몰개성적 아파트에서 탈출해 본인의 욕구가 반영된 집을 짓고자 하는 욕망을 현실에서 실현해 볼 수 있는 대안처럼 떠올랐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부러 작은 땅을 열심히 찾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왜 협소주택을 지으려 하는가? 라는 근본적 질문이 빠진 맹목적 작은 땅 찾기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생각 말이다.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을 비록 작은 땅에서나마 실현해 보려는 바람과 내가 감당해 낼 수 있 는 경제적 여건 하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내 집짓기의 열망이 합쳐진 것이 협소주택의 존재이 유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어진 몇몇 협소주택을 보면 단독주택의 삶에 대한 만족도 경제적 집짓기의 만족도 갖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사방이 건물에 둘러 싸여 있는 상황에서 몇 개의 층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을 경관이나 채광에 기대할 수 없는 현실, 싸 보이지만 싸지 않은 땅에 일반적 공사비 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어 과다 출혈을 감내하거나 집짓기를 포기하는 현실에 맞닥뜨리는 사람들을 보면 협소주택이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사람에게 정말 좋은 대안일 수 있을까라는 회의를 갖게 된다.
협소주택의 존재 이유가 단독주택에 대한 열망과 그것을 실현하는 데에 있어서 경제적 한계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범위를 도시 한복판에서 도시 생활권이 가능한 외곽지역까지 확대시켜 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경험한 바로는 시골의 작은 땅이 도시의 작은 땅보다 더 매력적이다. 시골의 작은 땅은 도시의 작은 땅과 달리 담이나 건물로 경계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각적인 경계가 없으므로 그 작은 땅은 결코 작지 않아 보인다. 층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이 있으므로 적층은 면적 확보를 위한 어쩔 수 없음보다 더 유의미한 목적성을 가질 수 있다.
내 작은 집에서 담지 못하는 것(마당, 텃밭 등)들을 주변에서 채울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것은 내 집짓기를 꿈꾸는 보통의 사람 들이 감내할 만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토지비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