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다가구주택

반듯헌

반듯헌 Modest Mansion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용도 다세대·다가구주택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설계수상건축
시공서림건설
인테리어N/A
사진최진보
설계 기간4개월
시공 기간9개월
대지면적237.10㎡ (71.74평)
건축면적142.14㎡ (43.01평)
연면적615.39㎡ (186.20평)
층수지상 4층+다락, 지하 1층
가구수5가구
준공년도2022년

건축주는 땅을 채 정하기도 전에 건축가를 찾았습니다. 땅 다섯 개를 같이 검토한 뒤 지금의 장소로 정했습니다. 결정된 땅은 앞뒤로 1개 층 쯤 차이나는 경사지입니다. 남쪽으로 낮아지는 점이 좋았습니다. 북쪽 뒷집 땅이 높으니 일조권 산정에 따른 손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골목길로는 넓은 편인 8m 도로와 접해 앞이 시원합니다. 지하층을 1층 같이 만들 수 있는 조건입니다.

다주택자를 피하기 위해 다세대주택이 아닌 다가구주택으로 용도를 정했습니다. 다가구의 규칙은 주거로 사용하는 층수 3개층 이하. 결정된 땅에서 가능한 층수는 지하층 포함 5개 층이었습니다. 경사지 덕에 도로와 면하게 된 지하층은 주차장이 될 것이고 그 위로 3개 층의 주거를 쌓으면 1개 층이 남습니다. 여기에 근린생활시설 같은 비주거 시설을 넣어 허용된 용적을 다 찾으면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상가주택이 탄생합니다. 다만 주거 위에 비주거를 쌓는 일은 허용이 안 되는 편이고, 보통 비주거 위에 주거를 쌓죠.

면적에 따라 주차대수를 산정하는 비주거시설과 달리 주거는 가구/세대에 따라 주차대수를 산정합니다. 한 가구의 면적이 아무리 작아도 가구 수 자체가 많으면 주차대수도 많아집니다. 가구당 1대가 기본이고 서울시의 경우 면적에 따라 0.8대, 0.5대 등으로 차등을 둡니다. 소규모주택 공급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집이 자리한 동네의 사정을 감안하여 주인집 1가구+임대 4가구, 총 5가구를 소화해야 했습니다. 각각이 모두 2룸 정도의 규모이므로 가구당 0.8대가 산정되어 주거부분에 총 4대. 근린생활시설 1대까지 합해 총 5대 자리가 필요합니다. 주차장 층에는 6대가 가능했습니다. 주차대수가 많은 것은 임대의 장점이니 6대를 계획하면 그만이었으나, 건축주는 남쪽 큰 골목에 면한 좋은 조건의 지상층이 주차장으로만 가득 차는 것이 싫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도심지 빌라촌의 살풍경은 1층에 자리한 깊고 어두운 주차장의 행렬 때문입니다. 건물의 입구와 인접한 좋은 자리에 1대를 비우고 작은 상가를 만들었습니다. 그만큼 위층 상가를 줄여 주차대수는 여전히 5대. 테이크아웃 커피집이 들어올 정도의 작은 상가지만 주차장만 나열됐을 때 보다 활기차 보입니다. 상가 옆 진입로를 따라 조금 들어간 곳에 건물의 입구가 있습니다. 대문 맞은편의 우편함은 건축가가 직접 디자인 했습니다.

2층 같은 1층은 전체가 근린생활시설입니다. 도로에 면하지 않은 상가의 경우 많은 건축주들이 임대성을 의심합니다. 도로면에 접한 상가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상층부의 상가는 임대성만 고려한 결과라기보다 이 건물처럼 다주택자여부, 주차대수, 대지조건, 용적률 사이에서 찾아낸 해결책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상가주택이 겪는 과정이죠.

그 위로 주거 3개 층이 쌓여 있습니다. 임대 2개 층에 주인집 1개 층. 임대가구의 규모는 2룸 구성이 적당했으나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3룸으로 만들었습니다. 건축주는 방 각각은 작더라도 방의 개수가 많은 것을 원했습니다. 건물 가운데 계단실을 놓고 임대가구를 앞뒤로 배치했습니다. 이로써 각 임대가구는 3면이 외기에 접합니다.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장애인용 승강설비를 설치해 건축면적과 바닥면적에서 이득을 보았습니다. 큰 승강기니 이사할 때나 짐을 나를 때도 편할 겁니다. 물론 가장 좋은 점은 보행약자의 수월한 이동이겠죠. 임대가구 내부에서는 면이 아니라 공간으로 읽히기를 기대하며 같은 포세린 타일로 바닥과 아트월을 연결했습니다. 수직으로 긴 창을 배치해 채광 확보와 동시에 외부 시선으로부터 실내를 보호하고자 했습니다. 많은 건축주들이 큰 창을 꿈꾸며 집짓기를 시작하지만 초원의 집이라면 모를까, 도심지 빌라에서 큰 창은 내 사생활의 노출인 동시에 앞집 사생활의 위협입니다. 적당한 크기와 형태의 창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기 안에서 더 좁고 수직으로 긴 창을 제안했으나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현재의 모습으로 정리되었습니다. 큰 개구부를 향한 건축주의 열망과 도심지 주거가 처한 현실 사이에서 이 정도 크기의 창들이 타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집에는 임대가구보다 더 큰 창이 설치되었습니다. 가장 높이 위치해있어 가능했습니다. 다락을 지나 지붕으로 이어지는 천창도 있습니다. 벽의 큰 창과 천창의 조합이 만드는 개방감과 공간감이 주인집의 개성입니다. 일조사선을 따라 생긴 베란다도 주인집 것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이 베란다는 한층 아래 있었을 겁니다. 일조사선에 의한 베란다는 보통 땅에서부터 네 번째 층에 생깁니다. 남쪽으로 흐르는 경사지라서 일조사선의 출발점이 평상시보다 높아졌고 베란다 위치도 같이 높아졌습니다. 베란다 아래는 임대를 위한 상가주택이지만 베란다 위 주인집은 그럴듯한 마당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당뇨로 고생하는 주인집 강아지를 위해 베란다 난간은 소형견 머리보다 살짝 좁게 설치되었습니다. 강아지가 뛰어 놀 베란다와 경사지붕 밑에 자리한 다락을 합해 주인집은 빌라촌 속에 숨어있는 작은 단독주택 같습니다.

건물은 구조체를 그대로 드러내는 저층부와 붉은색 테라코타 타일로 마감된 중층부, 백색 스타코로 마감된 상층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은 주차장/상가, 임대가구, 주인집에 대응합니다. 베란다부터 시작되는 덩어리 분할을 따라 수직 개구부가 정렬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깊이를 만들어 덩어리의 분할을 강조했으면 좋았겠으나 그러려면 임대가구의 입면을 깊이 밀어 넣어야 합니다. 서비스 면적을 활용한다 해도 실사용 면적을 발코니로 전환하는 것은 마찬가지. 불특정 다수인 미래의 임차인에게 그런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수상건축의 방식이 아닙니다. 붉은색 입면에 맞춰 붉은색 콩자갈이 주차장과 진입로에 깔렸습니다. 콩자갈은 대문을 넘어 실내 계단실의 마감으로 연장됩니다. 노출콘크리트와 붉은색, 백색의 조화를 통해 건물이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바랍니다. 공간의 개성과 외양의 매력으로 이 집을 겪는 이들의 기분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건축주는 동네를 중심으로 땅을 찾았습니다. 반듯헌이 건축주의 동네에 어울리는 건물이기 바랐습니다. 주위와의 임대 경쟁에서도 유리했으면 하고 애써 찾은 새 동네에서 새 생활을 누리기에도 적당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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