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집
양재천 소슬집 素璱集 stay_soar


설계 | 수상건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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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 이립건설 주식회사 |
인테리어 | N/A |
사진 | Edward R. Jr. |
설계 기간 | 5개월 |
시공 기간 | 11개월 |
대지면적 | 146.40㎡ (44.30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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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면적 | 87.75㎡ (26.55평) |
연면적 | 286.81㎡ (86.78평) |
층수 | 지상 5층 |
가구수 | 12가구 |
준공년도 | 2019년 |
146㎡의 땅 크기에 제2종일반주거지역이니 필로티 포함 5개 층의 다세대주택으로, 총 9세대를 계획하면 적절한 규모였다.
1층에 주차장, 2층과 3층에 각 3세대씩 배치하고 4층에 2세대, 다락과 묶어 5층에 주인세대를 배치한 초기 검토안을 제시했다.
건축주는 스킵플로어를 이용해 공용면적을 줄이고 2, 3층에 각 4세대씩 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살고 있는 건물을 둘러보며 4세대로 나눠도 각 방의 크기가 살만한 것으로 예측한 모양이었다.
물론 대지안의 공지나 계단실의 크기, 승강설비의 도입 등으로 변경될 바닥면적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예측이었다.
스킵플로어를 도입하면 높은 확률로 건물의 중심에 계단실과 승강설비가 위치하는데 인접대지 일조사선을 받는 주거지역에서는 금기에 가까운 평면 형식이기도 했다. 계단실로 조각날 5층에는 주인 세대가 살기로 되어 있으니 거주성 또한 문제였다.
이런 전문적인 부분까지 건축주가 이해하기는 무리였고, 우리는 그저 스킵플로어가 무슨 전가의 보도나 되는 양 광고하는 미디어가 야속할 뿐이었다.
건물 내부를 관통하는 계단실이 외부로 처리되어 세대 문을 나서면 외기를 접하게 된다. 마치 복도가 노출된 옛날 편복도 아파트와 같다. 각 세대 면적이 유별나게 작다. 몇몇 세대는 서비스 면적을 합해야 나라가 권고한 최저주거기준을 만족한다. 스킵플로어에 계단실까지 복잡해 골조의 난이도가 높아 공사비가 상승한다. 2~3층 구성에 중점을 둔 평면이라 계단실이 평면의 중심을 가로질러 5층 주인세대의 구성이 적절치 않다. 등등. 문제점들을 나열해 건축주에게 제시했다. 9세대를 선택하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들이었다. 그러니 이것은 결국 사업성과 거주성을 비교하는 일이었다. 건축주는 시대의 화두를 짊어지게 되었다.
거주성에 중점을 둔다고 해서 사업적인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듯, 사업성을 추구하면서도 살만한 집을 만들 수 있다. 그를 위한 복안은 다음과 같다. 적절한 보안과 단열이 따른다면 공동주택의 공용공간이 외부인 것은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계단실을 따라 작고 예쁜 장소들을 나열할 기회이다. 풀옵션 빌트인을 전제로 세대의 단위평면을 치밀하게 계획한다면 작은 면적을 극복할 수 있다. 공사비의 상승은 추가되는 세대의 임대료로 보상될 것이다. 양재천을 접한 지역 특성까지 고려하면 초기투자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생각보다 빠르지 싶다. 주인세대가 조각나는 문제는 도리어 5층을 적극적으로 두세대로 분리하는 것으로 대응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주거방식은 주어진 볼륨을 최대한 잘게 쪼개고 가족 구성원이 그 쪼개진 세대 여기저기에 흩어져 사는 것이었다. 비슷한 유닛이 계단실을 따라 놓여 있고 구성원은 그때의 필요에 따라 임의적으로 각 세대를 방처럼 점유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들고 나는 가족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가족의 형태가 대를 이어 동일하게 유지되는 시대는 지났고 사는 동안 한 건물을 점유하는 정도나 방식이 수시로 변하는 추세니 이런 구성은 나름대로 시대에 걸맞다. 이는 집의 주인에게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 임차인이 여러 세대를 임대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의 가족구성원은 자기 취향에 따라 각 세대로 흩어질 것이다. 이때 가장 큰 변화는 거실의 상실이다. 이 집에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거실이 없다. 건축주는 502호를 거실로 사용할 계획이지만 집안의 중심에서 모든 방을 통제하는 전통적인 전제군주로는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도리어 이 집의 방들 사이에는 외기에 면한 계단실이 놓여있다. 주택에서 가장 깊은 위계에 위치한 개별 방들이 바깥에 날카롭게 닿아있다. 이 계단실은 거실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방들이 골목에 닿아있는 것일까? 사업성을 최대로 추구한 결과가 이런 전위적인 주거라니. 흥미로운 아이러니였다.
건축주는 시대의 화두 중 사업성을 택했다. 13개 유닛을 살만하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 이어졌다. 설계안에 대한 시공자의 정성어린 화답으로 만족스러운 건물이 나왔다. 매스의 윤곽과 창문의 배치를 통해 스킵플로어 구조를 바깥으로 드러내는데 힘썼다. 백색의 껍질로 감싸진 상층부와 골조가 드러난 저층부가 만나는 경계의 움직임 역시 건물 구성을 따라 솔직히 움직인 결과이다. 경사벽을 포함한 외벽 대부분이 백색 스타코로 마감되었기 때문에 오염에 대한 대책이 중요했다. 흔히 사용하지 않는 디테일까지 동원해 시공을 마쳤고, 미세먼지와 장마가 연달아 이어진 공사기간 덕에 마감의 실제 성능에 대한 충분한 점검이 가능했다.
4층과 5층 계단은 백색의 껍질 중간을 비집고나와 저층부와 같은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됐다. 계단과 복도의 바닥은 베이지색의 콩자갈수지포장이다. 계단실이 외부라 미끄럽지 않은 조경 포장재로 선택했다. 무채색의 매스사이로 노란 계단이 넘나드는 모습을 통해 동선의 흐름이 읽힌다. 우리는 계단실을, 극복하고 얼른 지나야하는 통로가 아닌 바람과 빛이 스며드는 작은 거실이자 마당으로 만들려 했다. 건물의 구성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502호와 202호, 203호는 모서리를 가로지르는 창을 뚫어 다른 세대보다 조금 더 시원한 개구부를 가지게 됐다. 보통의 창을 가진 나머지 세대는 대신 더 큰 수납공간과 벽면을 가진다. 창문과 수납, 개방성과 아늑함 사이에서 임차인은 취향 따라 세대를 쇼핑할 것이다. 하나의 건물이 옳게 지어지기 위해서는 관련된 전문가들이 각자의 일을 옳게 처리하면 된다. 소슬집의 경우 건축가가 옳게 굴었는지 우리로서는 판단할 수 없지만, 시공자가 올발랐던 것만은 분명하다. 도면이 원하는 바를 설계자보다 깊게 이해했다. 미정이었던 상세는 대부분 시공자에 의해 완성됐고 때로 비어있는 부분을 적절히 채워주기도 했다. 건축가로서 더 없이 안심되고 든든한 과정이었다. 물론 우리는 언제나 살기 좋은 건물을 만들려하고 이 경우에도 같은 의도를 갖고 움직였다. 그런데 우리의 의도와 건축주의 사업계획이 결합한 결과 엉뚱하고도 특별한 그릇이 나왔다. 이런 주거형태를 즐길 수 있다면 소슬집은 사업성을 최대로 추구한 결과 요즘 세상에 어울리는 개성있는 거주방식을 만들어낸 매력적인 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집이 지어져 건축가의 손을 떠났으니 그 가능성은 건축주에게 넘어갔다. 그들의 손에서 집의 매력이 활짝 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