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원주택

또바기집

언제나 시작은 건축주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다. 이때 어떤 방들이 필요하고, 외부는 벽돌이었으면 좋겠다는 실용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고, 특별히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시는 분들도 있다. 또바기집은 아이들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삼형제 이야기. 아이들 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학교는 어떻게 다니고 있는지, 막내는 형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이들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집주인은 가족들이 지금처럼 오랫동안 행복하고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집 이름도 언제나, 늘 한결같다는 뜻의 ‘또바기집’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용도 단독·전원주택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설계나우랩 건축사사무소
시공건축주 직영
인테리어N/A
사진최진보 (KAHN)
설계 기간6개월
시공 기간5개월
대지면적146.20㎡ (44.24평)
건축면적70.78㎡ (21.42평)
연면적247.15㎡ (74.78평)
층수지상 3층, 지하 1층
가구수1가구
준공년도2019년

Exterior

또바기 집이 들어선 곳은 지구단위계획 지역 내 블록형 단독주택지다. 이 땅은 원래 타운하우스가 들어갈 자리다. 하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빈 땅들이 긴 시간동안 방치되자, 2015년 규제완화 차원에서 정부는 사업자가 필지만 개별적으로 분양할 수 있게 법을 완화해주었다. 원래 타운하우스가 들어갈 자리라 블록형 단독주택지는 면적이 작다. 그러다보니 건물 규모도 작아진다. 여기에 대지안의 공지, 일조권 사선제한을 피해 건물을 앉히면 손바닥만한 마당이 남는다. 만일 여기에 주차장까지 두면, 단독주택의 매력을 찾기는 어렵다. 

다행히 대지는 땅을 돋워서 거리보다 한층 높은 위치에 있다. 도로에 면한 부분은 지하1층으로 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단지를 조성했다. 실제 거실을 비롯한 주거층은 거리보다 한 층 위에 있다. 작은 땅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부분이 장점이다. 여기까지 보면 블록형 단독주택지는 아파트 같은 효율성, 단독주택의 독립성, 콤팩트한 규모를 갖는 도시형 단독주택지라 부를만하다.

 설계 과정은 ‘화목’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구체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시간이었다. 손쉬운 해결책은 가족실이라는 특별한 모임 공간을 만드는 것이겠지만, 한층에 품을 수 있는 면적이 작다는 도시형 단독주택지의 아쉬운 점이 드러났다. 25평이 조금 안되는 건축면적에 삼형제의 각방들과 부모침실, 빛이 들어오는 커다란 욕실에 계단실까지 들어가면, 집은 방으로 꽉 차서 시선이 오가는, '우리'라는 가족애를 느낄 만한 적절한 공간이 남지 않는다.  

Interior

복도를 지나 자기 방으로 이동하면 가족들은 각자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건축주 역시 면적 계산만으로도 이런 문제가 있을 것을 예상했는지 처음 찾아온 날 부터 이 문제를 두고 고민중이라는 말을 거듭했다. ‘안되면 큰 아이를 3층으로 보내야죠’라고 하지만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이 하나만 다른 층으로 올리면 삼형제들이 일상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무의식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없애는 것이 된다. 

많은 고민 끝에 평면적인 해결책은 없으며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것, 방이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아는 벽으로 구획된 개인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벗어나 열린 구조로 될 것, 이라는 두 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스킵플로어 형식의 구조를 사용하기로 했다. 공간이 층별로 나뉘더라도 층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중층을 가운데 두는 것이다. 1층은 가족 전체가 모이는 거실과 주방. 식당을 두었다, 2층은 작은 가족실을 중심으로 막내 방, 부모침실 욕실을 두었다. 여기에서 상부로 열린 가족실의 양편으로 반 층을 올라가는 계단을 두고 여기에 형제 방 2개를 둔다. 그리고 다시 반 층을 올라가면 다락을 두고 이 다락이 형제 방 2개를 연결했다. 덕분에 집안 전체가 서로 연결되고 시선이 교차하는 독특한 공간이 되었다.

남측을 방과 욕실이 막고 있어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가족실을 위해 북층을 향한 커다란 박공창과 다락 상부에 고창을 두었는데, 저녁 무렵이면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이 가족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더듬는다.

가족실의 양옆으로 반층을 올라가면 아이들의 방이 있다

가족실 상부는 다락 까지 뚫려있어 시원한 공간감을 준다.

아이방은 가족실을 향해 개구부 열린벽 소통할 수 있는 개구부를 둔다.

스킵플로어로 복잡하게 이어지는 공간은 목조로 하기에는 무리가 따라 철근콘크리트조로 시공했다. 남향집이지만, 주방과 욕실 등 일반적으로 북쪽에 배치하는 실들이 남측으로 자리를 잡아.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가족공간을 위해 북쪽으로도 큰 창들을 두었고 목재의 따뜻한 느낌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2층 천정은 자작합판으로 시공했다.

 

거실 상부에는 그물을 두어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활용한다.

고창으로 빛이 들어오는 다락 모습

아이들 방을 이어주는 다락

집안 내부 자재는 집주인이 발품을 팔아 세심하게 골랐다. 지하 선큰 바닥에 자갈 느낌이 나는 타일과 작은 식재들을 배치해 삭막해 질 수 있는 지하공간에 자연스러운 온기를 돌게 한 것도 다 이 덕분이다.  

늦겨울에 시작한 공사는 겨울을 앞둔 11월에 마무리되었고 사진은 입주 후 6개월이 지나서 찍었다. 사진 찍는 날 마주한 집 마당에는 데크가 깔려있었고, 그 위로 캐노피가 작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살면서 집은 조금씩 변한다. 

남측에 면한 주방창은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간단한 간식을 내올 수 있도록  양편으로 크게 열리도록 하였다

모델하우스 같은 집도 살림집이 되간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또바기 집은 주인을 어떻게 닮아갈지, 계획안을 설명하는 날 당신들의 요청이 해결된 모형을 보고 활짝 웃으며 만족해하던 얼굴은 여전하실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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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원주택 · 2층
건축주는 30대 초중반에 서울에 일자리를 가진 두 형제였다. 설계를 시작할 당시 형은 결혼한 상태였고, 동생은 미혼이었는데, 2년 뒤 입주할 때가 돼서는 형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아우 역시 아이를 가져 카사브로는 7식구 대가족이 사는 집이 되었다. 처음 설계 미팅을 했던 날 30대 중후반이면 아무래도 직장에서 한창 일을 할 나이라 출퇴근이 쉽지 않을 텐데 하는 우려 섞인 질문에도 형제는 도심에서 벗어나 휴식 같은 집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들과 함께 흙을 밟으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조근조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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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나 (Karuna) “저희 집이 지어질 땅은 해변의 황량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고 수시로 심한 바람이 부는 바람골이라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밤에 그 땅에 서있다 그림 같은 월출을 보게 되었죠. 오랜만에 배꼽 뒤에서 진동을 느꼈고 그 순간 이곳에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통상적 설계 의뢰와는 조금 달랐던 메일 한통을 받은 게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첨부된 사진은 보름달이 뜬 해변의 밤 풍경. 월출이라 불려도 될 큰 달이 떠있었고 수면에 긴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기묘한 달밤 풍경에 마음을 뺐겨 살 곳을 정해버렸다는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강원도 양양의 인구해변은 서퍼들의 천국. 봄여름가을겨울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나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을 볼 수 있다. 건축주는 여러 해 동안 이 곳을 오가며 장소에 스며있는 특별한 여유를 사랑했다. 장소와 닮은 집을 짓고 싶었다. 건축주가 원한 집은 장소와 싸우지 않고 순응하는 집이었다. 집이 이 장소를 더 돋보이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