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원주택

삼각사각 Square in Triangle

세모난 땅을 사야할지 네모난 땅을 사야할지부터 고민이던 건축주는 땅 계약 전 어떤 집이 아닌, 어떤 땅이 좋겠냐고 질문을 했다. 질문을 한 사람은 그에 대한 건축가의 답변을 아마 잊었을 것이다. 이미 마음 속으로 자문자답을 매일매일 하고 있었을테니까.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용도 단독·전원주택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설계나우랩 건축사사무소
시공건축주직영
인테리어N/A
사진최진보
설계 기간6개월
시공 기간7개월
대지면적194.10㎡ (58.73평)
건축면적82.16㎡ (24.86평)
연면적194.87㎡ (58.96평)
층수지상 2층+다락, 지하 1층
가구수1가구
준공년도2020년

죽전 삼각사각, 세모난 대지와 네모난 집의 동거

세모난 땅은 그것 자체로 고유한 의미가 있고 네모난 땅은  또 그것 자체로 고유의 의미가 있다고 답변했던 것 같다.  단순히 세모, 네모의 문제를 넘어 땅은 비슷하게 생긴 비슷한 면적이라 해도 땅이 처한 주변 상황과 그 집에 살 사람들이 바라는게 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집은 하나의 독립적 솔루션이며, 어떤 의미로는 복잡한 개별 조건들을 종합한 결과가 된다.

이등변 삼각형 모양의 땅 윗 면이 도로와 협소하게 연결된 유일한 동선 접근로였다. 대지의 반대쪽 꼭짓점은 두 개의 아파트 단지가 만나는 접점이고, 남측 가장 긴 변 바깥은 좁은 사유지를 건너 지자체에서 지정한 산업단지의 말단 옹벽이다. 그러니 대지는 하늘에서 보면 여러 개의 큰 구획이 한 점에서 만나는 꼭짓점을 잇는 삼각형으로, 그 자체로 섬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어떤 땅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던 건축주는 설계가 시작되자 어떤 집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잘 모르는 걸 모른다고 답하는 건축주는 현명하다. 모르면서 중요한 고민은 빼놓고 개별 조건의 말단에만 집착하는 건축주와 일하는 것 보단 훨씬 즐겁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삼각형 땅이지만 삼각형 땅의 불리함을 없앨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도로가 낮고 땅은 높고 도로와 땅이 만나는 접점은 좁았다. 환경에 순응하는 방향이라면 땅과 도로와 집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는 자명했다. 집은 땅의 면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땅과 도로는 생긴 모양대로 만나도록, 사람은 그 모양을 따라 집의 곳곳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삼각형 땅 중심에 사각형의 집을 놓은 건 순전히 기능과 편리의 이유였다. 삼각형 방을 좋아할 건축주는 세상에 별로 많지 않았고 삼각형 거실에서 네모난 마당을 보기보단 네모난 거실에서 삼각형 마당을 보는 게 보다 즐거운 풍경이라고 생각했다. 낮은 도로에서 높은 땅으로 올라오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게 높이차를 활용해 개별 공간들을 반 층씩 분리시켜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집을 좀 더 넓게 쓰는 방법이었다.

이 집은 총 8개의 레벨로 분리된다. 도로에서부터 반층 높이마다 차고 – 취미실 – 거실 – 식당 – 아들방과 공용화장실 – 딸방과 부부침실 – 다락 – 옥상 순으로 서로 다른 층을 형성하며 계단을 중심으로 연결되었다. 사용가능한 반듯한 내부 면적이 20평 남짓되는 상황에서 집이 실제보다 넓고 크게 느껴지는 건 스킵플로어나 skip floor 구성에서 비롯된 특유의 개방감 덕분이다. 각 공간에서 이웃한 공간이 높고 낮게 서로 겹쳐져 보이는 시야의 확장이 불리한 땅의 입지와 형태를 상쇄시켰다.

삼각형 땅에 사각형 집이 들어간 후 잘려나간 나머지 작은 삼각형 공간들은 자연스레 마당과 테라스, 썬룸이 되었다. 그렇게 집은 네모난 내부와 세모난 외부가 이웃하며 하나의 집으로 연결되는 개성 있는 외관을 갖게 되었다.

입주 후 몇 달, 삼각형 마당에서 한잔하며 건축주께 물어봤다. “그래서 좀 살아보시니 어떠신가요?”라며.
그랬더니 알쏭달쏭한 미소의 건축주는 역시 처음 만났던 그 날과 똑같은 답변을 주셨다. “잘 모르겠어요. 좋은 것도 같고 예상보다 평범한 것도 같고”.
그렇다면 이 집이 꽤 마음에 드신거라고, 잘 살고 계신 거라고 말을 이었다. 역시 그 말은 잊지 않으셨을까 싶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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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원주택 · 3층
언제나 시작은 건축주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다. 이때 어떤 방들이 필요하고, 외부는 벽돌이었으면 좋겠다는 실용적인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고, 특별히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시는 분들도 있다. 또바기집은 아이들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삼형제 이야기. 아이들 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학교는 어떻게 다니고 있는지, 막내는 형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이들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집주인은 가족들이 지금처럼 오랫동안 행복하고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집 이름도 언제나, 늘 한결같다는 뜻의 ‘또바기집’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단독·전원주택 · 2층
건축주는 30대 초중반에 서울에 일자리를 가진 두 형제였다. 설계를 시작할 당시 형은 결혼한 상태였고, 동생은 미혼이었는데, 2년 뒤 입주할 때가 돼서는 형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아우 역시 아이를 가져 카사브로는 7식구 대가족이 사는 집이 되었다. 처음 설계 미팅을 했던 날 30대 중후반이면 아무래도 직장에서 한창 일을 할 나이라 출퇴근이 쉽지 않을 텐데 하는 우려 섞인 질문에도 형제는 도심에서 벗어나 휴식 같은 집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들과 함께 흙을 밟으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조근조근 들려줬다.
상가건물 · 5층
카루나 (Karuna) “저희 집이 지어질 땅은 해변의 황량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고 수시로 심한 바람이 부는 바람골이라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밤에 그 땅에 서있다 그림 같은 월출을 보게 되었죠. 오랜만에 배꼽 뒤에서 진동을 느꼈고 그 순간 이곳에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통상적 설계 의뢰와는 조금 달랐던 메일 한통을 받은 게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첨부된 사진은 보름달이 뜬 해변의 밤 풍경. 월출이라 불려도 될 큰 달이 떠있었고 수면에 긴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기묘한 달밤 풍경에 마음을 뺐겨 살 곳을 정해버렸다는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강원도 양양의 인구해변은 서퍼들의 천국. 봄여름가을겨울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나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을 볼 수 있다. 건축주는 여러 해 동안 이 곳을 오가며 장소에 스며있는 특별한 여유를 사랑했다. 장소와 닮은 집을 짓고 싶었다. 건축주가 원한 집은 장소와 싸우지 않고 순응하는 집이었다. 집이 이 장소를 더 돋보이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