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헌(自自軒)
규암마을 상가주택, '자자헌(自自軒)'
클라이언트는 마을에 어울리는, 재생에 일조하는 상가주택 건축을 의뢰했다.
건축가는 가로로 적절히 열린 마당과, 문과 가구가 사라지는 누각 같은 집으로 화답했다.
| 설계 | 스페이스매터 건축사사무소 |
|---|---|
| 시공 | 리원 |
| 인테리어 | N/A |
| 사진 | 최진보 |
| 설계 기간 | 12개월 |
| 시공 기간 | 10개월 |
| 대지면적 | 208.00㎡ (62.93평) |
|---|---|
| 건축면적 | 83.04㎡ (25.13평) |
| 연면적 | 229.31㎡ (69.38평) |
| 층수 | 지상 3층 |
| 가구수 | 1가구 |
| 준공년도 | 2025년 |
규암마을
규암마을은 충남 부여를 관통하는 백마강변 마을이다. 과거 이곳은 장터를 찾아 나루터로 배가 드나드는 번성한 마을이었다. 이곳은 한때 선술집과 극장, 여관 등이 즐비했지만, 1968년 백제교가 놓이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육상교통이 발달하면서 상권은 강 건너 부여읍으로 옮겨갔고, 사람들도 떠났다. 현재 이곳은 한적한 마을이다.
7, 8년 전부터 공공과 민간사업자의 마을 재생 움직임이 있었다. 민관 모두 ‘공예’를 키워드로 재생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몇 년간 이곳을 오가며 봐온바, 재생은 아직 괘도에 오르지 못한 듯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을 재생에 일조하는 상가주택(주말주택) 건축을 의뢰받았다.
환대의 단면 그리고 (아직) 잇지 못한 길
건축이 재생에 일조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이곳에서 주목한 것은 길이었다. 대지는 백마강변 둑길(산책길)에 연접한다. 그리고 도로(수북로)를 사이에 두고, 마을 중심부를 순환하는 길과 마주한다. 이 두 길을 대지에서 연결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이가 자연스레 둑길로 올라 백마강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배치의 실마리였다.
건물은 대지가 둑길(백마강)과 도로에 열리도록 동서로 길게 배치했다. 그렇게 비운 대지 남쪽 편은 둑길과 도로 방향으로 열린, 루버 담장으로 감쌌다. 건물은 가로에서 최소의 정면을 취하며, 볕이 잘 드는 대지 한 편을 열린 마당으로 내어준다.
고요한 틀
2, 3층은 주말주택이다. 이 공간은 ‘하나의 고요한 틀’로 만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최소한의 벽체(기둥)와 유리만 남기고 부차적 요소는 숨겼다. 방 구획과 문은 사라지게 했고, 창호 프레임도 숨겼다. 또 창턱은 가구로, 가구는 벽체처럼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방과 문이 없는 누각처럼, 관조하기 좋은 틀의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가구로 창턱을 만들고 창호 프레임을 숨긴 건, 단순히 틀로서의 공간을 완성하기 위함은 아니다. 아울러 공간이 깊이를 가진 간결한 프레임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시선이 향하는 공간이 깊은 프레임이 되면, 풍경을 깊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관조의 맛도 깊어질 것이다.
자연스레 보기
주택에서 외부로 향하는 시선은 거스름이 없길 바랐다. 그러려면 창턱과 담장 높이가 적절해야 했다. 2층 창턱 높이는 87cm로, 루버 담장 높이는 2층 바닥 기준으로, 1.8m로 계획했다. 2층에서 마당 방향으로 향하는 시선은 담장 위 마을 풍경으로, 하늘로 자연스레 이어질 것이다.
3층 창턱 높이는 좌식과 입식을 모두 소화할 수 있게 책상 높이로 계획했다. 창턱은 백마강에 면한 테라스로 연장하고, 테라스와 실내 바닥은 레벨을 맞추었다. 이렇게 형성한 단순한 ‘ㄴ’자 단면에, 테라스 난간으로 투명유리를 꽂았다. 좌식과 입식 모두 깊고 간결한 프레임(공간)으로 (백마강) 풍경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풍경
마을 풍경은 적절히 중화해서 보기로 한다. 루버 담장은 각도에 따라 그 너머의 모습을 어릿거리게 투과시킨다. 마당의 이팝나무는, 마을 풍경에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저 너머 아파트를, 내부에서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게 한다.
건축은 풍경이 되고자 한다. 멀리 마을 길에서 보면, 루버 담장은 둑길 풍경을 가벼이 투과시킨다. 그리고 조경수는 강변의 녹색을 느슨하게 잇는다. 내외 마감은 빛과 풍화(혹은 적당한 변형)를 머금는 콘크리트와 목제다. 덕분에 건축은 간결함 속에 다양한 표정(감각적 경험)을 담는다. 이 집은, 마을 분위기를 공유하는 풍경으로 자리할 것이다.
새로운 시도와 지난한 과정
미니멀한 자태를 드러내는 원목 루버 담장 역시 사례가 없다. 디테일을 만들어 수 차례 협의와 설득 끝에 완성했다.
'자자헌'은 만듦의 노고가 가득한 결과물이다.
누각처럼 풍경을 보기 위해,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 세장한 철골 구조를 더하고, 창호 프레임과 도어, 가구를 숨기고........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새로운 시도는 지난한 과정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변화(새로움)를 반기지 않는 이해 관계자 다수의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자자헌'의 새로운 시도는 클라이언트의 바람(지지)과 건축가의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