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원주택

섬모루

summmoru

 

'섬모루' 주택은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한다. 파도에 부딪히는 현무암으로 덮인 해안을 따라오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면 바람에 흔들리는 풀로 덮인 작고 거친 언덕이 있고 그 바로 앞, 대지가 자리한다. 북 동측으로 산방산이 잘 보이며 남측에 거친 언덕을 마주한다. 방문 전 지도를 보고 바다와 산방산이 주인공이 될 줄 알았는데 가장 가까운 곳에 홀로 있는 작고 거친 언덕이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용도 단독·전원주택
구조 경량목구조
설계(주)노말건축사사무소
시공트러스트
인테리어N/A
사진노경
설계 기간4개월
시공 기간6개월
대지면적332.00㎡ (100.45평)
건축면적97.11㎡ (29.38평)
연면적97.11㎡ (29.38평)
층수지상 1층
가구수1가구
준공년도2020년

설계 시작 전, 땅과 마을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건축주께 양해를 구하고 대지에서 캠핑하며 자료를 모으고 느껴보았다. 이 대지에서 자연은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하나가 되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건축을 할 경우 이 자연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이 되었다. 밤늦게까지 직접 관찰하여 고민한 결과 밖에서 느끼는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집으로 들어왔을 때 독주처럼 나누어 감상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언덕, 하늘, 노을, 풀, 바다, 산방산으로 나누어 계획하기로 하였다.


             건축주의 요구 조건은 '두 가족이 지낼 수 있는 집, 큰 통창을 통한 풍경, 그리고 쾌적하고 최대한 열린 실내 공간'이었다. 두 가족이 방문하였을 땐 따로 사용할 수 있지만, 평상시엔 의뢰를 맡긴 건축주가 주로 혼자 작업을 하며 사용할 계획이었다. 화가인 건축주는 작업을 위해 열린 공간이 필요했고, 집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최대한 미술관에서 경험했던 공간을 원했다.

             하지만 막상 설계 초기 건축주가 원하는 세부 내용을 평면에 담다 보니 지금 거주하는 아파트 평면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아파트 평면은 도시 생활에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평면이기에 현재 땅에 더 어울리면서 다른 방식으로 요청한 내용을 담은 안으로 제안하였다.


             거실이나 침실 등의 명사를 떠올리면 익숙한 공간을 떠올리기 쉽다 보니, 건축주께 명사 대신 읽다, 자다 등의 동사로 요청하였고, 받은 동사를 정리하여 평면을 구성하니 건축주에게 더 적합하고 만족하는 평면이 나왔다. 이는 예배당이라는 단어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기도하다에서 떠오르는 공간이 다를 수 있는 점을 활용한 것이었다. 이러한 요소를 활용하여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찾고자 하였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이 집의 평면은 사실 조금 색다르다. 집을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한쪽은 거친 언덕을 향하여 가로로 긴 통창을, 한쪽은 높은 하늘과 노을을 볼 수 있도록 세로로 높은 통창을 배치하였다. 약 100㎡(약 30평) 규모의 집을 쾌적한 열린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화장실과 창고를 제외한 모든 벽을 없앴다. 하지만 실은 구분할 수 있도록 바닥과 천장의 높낮이를 활용하였다. '침실-1'과 '스튜디오'는 천정의 높낮이로 구분하였으며, '거실'과 '침실-2'는 한 단 낮은 복도를 사이에 둠으로써 공간을 구분하였다. 복도는 두 개의 공간과 주 출입구를 연계하여 기능을 부여했다. '침실-2'는 건축주의 주 침실로서 루버를 활용하여 일정 부분 가려주되 열려있는 쾌적함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두 개의 공간으로 나누기 위하여 중심선을 따라 외부 계단을 배치하고 계단 하부는 창고로 계획하였다. 두 공간은 완전히 막지 않고 중앙에 욕조를 배치하여 구분하고 거친 언덕 쪽을 향한 프레임이 되도록 하였다. 욕조 공간은 필요에 따라 미닫이문을 여닫음으로써 공간 구획이 가능하다. 욕조에 누워 한쪽 문을 열면 가로로 긴 통창을 통해 거친 언덕이 보이고 반대편 문을 열면 눈높이에 위치한 낮은 띠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기도 하며 양쪽 문을 닫으면 누워서 천창을 통해 하늘을 오롯이 볼 수 있다. 욕조의 문을 여닫음으로써 이 집이 하나였다가 두 개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각 공간에는 개별 화장실이 있고 공동의 문을 사용하거나 개별의 문을 사용할 수도 있다.


             가로로 긴 통창 너머 비, 바람 그리고 태양으로 보호하기 위해 집의 일부를 밀어 넣는 방식을 통해 처마와 데크를 계획하고 외부에서도 비를 피하면서도 거친 언덕을 바라 볼 수 있게 하였다. 옥상으로 가는 외부 계단은 집을 나와 열린 공간을 지난 뒤 좁고 높은 벽이 양 옆에 있는 계단을 통해 온전히 하늘만을 보며 오르게 된다. 옥상에 오르면 펼쳐진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거친 언덕을 높은 시선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주변 건물들로 인해 가려졌던 북측 앞 바다가 비로소 보이게 되며 건축을 통한 의도적인 자연의 독주를 다시 한번 통합적인 오케스트라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제주의 시공 문화는 육지와 정서, 방식 등이 달라 시공 과정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 건축주께서도 서울 소재 시공사를 고려하였으나 예산 문제가 있었다. 건축주가 선정한 최초 시공사는 4개월 공사를 예상하고 18년 11월에 착공하였으나 착공 후 도면을 보지 않고 자의적으로 시공하는 부분이 많아 설계를 수정하기도 하며 현장에 적합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설계를 조정하였다. 하지만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약속한 공사 기간까지 넘기면서 결국 다음 해 초여름 공사를 타절하는 일이 생겼다. 덕분에 건축사무소의 업무범위를 넘는 일이 발생하고 업무량도 몇 배가 되었으며 건축주의 마음고생도 무척 심하였다. 하지만 모두에게 의미 깊은 집이라 잘 완공되기를 바랐기에 같이 최선을 다하였고, 장마가 끝난 가을 새로운 시공사가 공사를 이어가며 다행히도 순조롭게 진행이 되어 19년 12월에 건축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건축공사가 끝나고 조경공사가 들어와 돌담을 쌓고 공사 중 헝클어진 대지를 정리하였다. 거친 언덕과 집은 조금 더 가깝게 연결될 수 있도록 기존에 언덕과 경계로 쌓여있던 담을 다듬고, 조경을 통해 거친 언덕과 집이 잘 어우러질 수 있고 제주의 특성을 보다 더 살려낼 수 있도록 다듬었다. 종종 이곳에는 길고양이들이 와서 산책하거나 잠을 자고는 하는데, 집안에 앉아 큰 창으로 이 광경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거친 언덕이 집의 주인공이 되어 제주 방언으로 언덕을 뜻하는 모루라는 단어를 섬에 붙여 주택의 이름을 ‘섬모루‘로 하였다.

 

             건축주는 현재 제주에 내려가 책을 읽으며 빗소리를 듣고, 차를 마시며 꽃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풀을 즐기신다. 발을 담그고 달을 구경하기도 하며 명상을 하며 구름의 움직임을 느리게 따라간다. 침대에 누워 산방산을 보고 그림을 그리다 높은 하늘을 보며 노을 풍경을 차분히 보신다고 한다. 집의 의도대로 자연의 독주를 잘 향유하고 계신다. 이제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자연은 또 어떤 것을 선사해 줄지 건축주와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EXTERIOR

INTE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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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집'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건축주와 함께 설계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어디에,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 집인가에 따라 답은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자의 집’은 삼대가 한 집에서 따로, 또 같이를 추구한다. 가족 구성원은 건축주 부부와 자녀, 부모님으로 아버님은 과거 과학을 가르친 선생님이고, 건축주 부부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과학자의 집’에서 ‘좋은 집’을 건축주와 같이 연구하고 토론을 하며 만들어졌다.
단독·전원주택 · 3층
건축주는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철거하고 같은 곳에 새로운 집을 짓기로 하였다. 가족들이 오랜 기간 살았던 곳이라 해당 대지의 장단점을 뚜렷하게 알고 있었으며, 동시에 다양한 집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었기에, 본인들에게 꼭 맞는 집이 어떠한 집인지에 대한 이해와 기대가 높았다. 해당 대지가 주변 대지와 다른 점은 유사한 형태의 건물들이 반복적으로 지어진 주택단지 내 대지임에도 불구하고, 그중 모서리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4면 중 3면이 경사로로 접하여 있으며, 서측과 동측의 대지의 고저차가 4.9미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이하게도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일부를 근린생활시설로 사용 가능한 점포주택 대지였다.  전체적인 규모는 건축주와 협의 단계에서 주변 건물보다 크게 계획되었다. 2층을 규모로 계획하고 있었으나, 가족 구성원들의 요구사항으로 3층이 되었고, 모서리에 위치하다 보니 사생활 보호를 위한 담장 계획이 건물의 볼륨을 커 보이게 하는 요소가 되었다. 지구단위계획의 경사지붕 의무도 요소 중 하나로 더해졌다. 충분한 규모를 확보하면서도 주변 건물보다 커 보이지는 않길 바라는 기대가 이 프로젝트의 주요한 과제였다.
상가건물 · 2층
'신이화' 프로젝트는 목련 꽃봉오리를 닮았다. 꽉 닫혀있던 봉오리가 활짝 필 준비를 하며 한쪽에서부터 터져나가는 형상을 닮고 있다. 건축주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사적이고 독창적인 작업 공간을 필요로 했다. 사용성으로도 상징적으로도 건축주에게 알맞은 건물을 설계하고 싶었다. 해당 대지가 차분하고 조용한 주택가인 만큼 주변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상업공간인 만큼 확실한 차별성도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되었다. 건축주도 화려하게 돋보이기보다는 차분하고 개인의 사색을 즐기는 분이었기에 건축에서도 같은 성향을 구성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