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
STAY
‘머무르다’ ‘남다’ 라는 뜻의 STAY 영문단어는 언제부터인가 ‘감각적인 숙소’라는 뜻을 대신하는 명사가 되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숙소의 다양한 장르(호텔, 펜션, 풀빌라)에서 새롭게 독자적인 시장으로 인식될 수 있는 이유와 소비되는 이유를 다시금 고민해 보았다.
스테이는 결국 모든게 갖추어진 *일세(전세,월세와 같은) 기준의 단독주택이 아닐까 생각된다. 많은 이들이 각자 꿈꾸는 자신만의 주택을 짓고 사는 것을 꿈꾸지만, 큰 시간과 비용을 투자 해야하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건축가를 고용하고, 시공과정을 겪는 일은 경험적으로도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시장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스테이 시장을 통해 한 집이 아니라 다양한 위치에 서로 다른 집을 골라 경험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너무 평범한 집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특색이 있는 집을 골라 살아보거나, 한번쯤은 살아보고 싶은 그런 공간을 경험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스테이라는 역할이자 집이라는 공간을 다시 한번 생각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했다.
GLASS HOUSE
의식주는 우리가 매일 누리는 요소이다. 때문에 매일 누리기 좋은 요소로 이루어져야 할 때도 있지만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옷을 입고 특별한 음식을 먹을 때도 있다. 스테이라는 공간은 편안하지만 특별한 공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리츠커 첫 수상자인 필립존슨은 코네티컷 주 뉴캐넌에 57,540평의 큰 땅을 매매하여 아름다운 조경을 만들어 낸 뒤 이 조경을 언제나 볼 수 있는 글라스 하우스를 만들고 이 유리벽을 꽤 돈이 들어간 ‘벽지‘라고 칭했다.
당시 글라스 하우스는 에어컨 설비도 잘 되어있지 않아 사실상 사용할 수가 없을 정도로 숨이 턱 막히는 공간인데다, 온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어 사실 살기에는 부담스러운 공간이었다. 프라이버시가 필요 할 때나 필요한 기타 설비는 바로 옆 브릭 하우스에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필립 존슨은 글라스 하우스의 침대에서 생을 마감할 정도로 이 집을 좋아하였다.
글라스 하우스에서 매일 살기는 불편하겠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여행을 가서 살아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낭만적인 장소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현대 기술력으로는 글라스 하우스에 설비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계 | (주)노말건축사사무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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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 건축주 직영 |
인테리어 | N/A |
사진 | 최용준 |
설계 기간 | 4개월 |
시공 기간 | 5개월 |
대지면적 | 1,938.00㎡ (586.38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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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면적 | 156.83㎡ (47.45평) |
연면적 | 156.83㎡ (47.45평) |
층수 | 지상 1층 |
가구수 | 1가구 |
준공년도 | 2023년 |
767평의 땅에서는 이미 60평 크기의 구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구옥은 건축주가 살 수 있는 집과 스테이를 사용할 고객들이 처음 열쇠를 받아갈 웰컴 데스크이자 카페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의 가장 큰 핵심은 기존 60평의 구옥과 새로 지어질 47평의 이 건축물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하드웨어적으로는 완전히 분리되어야 했고 건축주의 집과 두개의 글라스하우스가 서로 간섭이 없어야 했기에 다양한 고민이 필요했다.
건축주는 두개의 글라스 하우스를 원하였지만, 건축비용 절감을 위해 동을 분리하기보다는 하나의 동으로 만들고 서로 다른 곳을 보게 하여 커튼을 치지 않고도 온전히 글라스하우스의 장점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필립존슨처럼 브릭하우스에 기계실을 따로 마련하기보다는 두 실 사이에 기계실을 배치하여 이를 통해 두 실이 분리되도록 하였다. 동선 역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운영자가 기계실을 점검할 때에도 두 사용자와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하였다.
글라스 하우스의 개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기둥은 유리 안쪽으로 배치하고 지붕의 형태를 계단 형으로 만들어 충분한 구조와 설비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형태적으로는 최소화하여 바닥의 두께와 같게 보이게끔 비율을 잡았다. 열어야 하는 공간은 활짝 열고 닫아야 하는 공간은 확실하게 닫아주었다.
ASI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산으로 들어가야 하는 장소이다. 대지 주변으로 둘러싸인 산은 때로는 푸르른 하늘과 함께 하고 때로는 자욱한 안개를 품기도 한다. 나무들도 푸르른 모습에서 가지각색의 단풍으로 물들었다가 하얗게 눈이 쌓이는 모습까지 계절마다 다양한 절경을 만들어 낸다. ASI라는 글라스 하우스를 통해 이러한 자연의 변화를 조금 더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