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다가구주택

기운집

서울 성동구 다가구주택 (2017)



 건물 계획에 있어 집중한 부분은 세대의 다양성이었다. 젊은이들의 주거환경이 열악한 이유 중 하나는 이들에게 도무지 공간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대의 규모와 모양이 동일해야 한정된 대지에서 최대의 양을 뽑아내기 편하기도 하고, 아파트라는 형식에 익숙한 세상이다 보니 다양성은 여러모로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먼저 세대의 창문을 조작했다. 위아래로 같은 평면에서도 창의 위치가 다르다. 도로에서의 시선과 레벨에 따라 발코니의 위치와 열린 방향 또한 세대마다 변화한다. 방이 작은 만큼 변화의 영향이 크다. 붙박이 가구의 배치는 창과 발코니를 따라 방마다 크게 바뀐다. 이런 건물에서 방들을 둘러보고 공간에 대한 호오와 주장을 길러 집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되새기기 바란다. 자기 취향에 맞는 방이 임대가 완료되어 아쉬운 것. 지금 젊은이들의 주거환경은 이 아쉬운 마음조차 아쉽다.  

서울 성동구 사근동
용도 다세대·다가구주택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설계수상건축
시공㈜현강종합건설
인테리어N/A
사진류인근
설계 기간4개월
시공 기간5개월
대지면적137.80㎡ (41.69평)
건축면적82.24㎡ (24.88평)
연면적274.78㎡ (83.14평)
층수지상 5층
가구수9가구
준공년도2017년

Exterior_ 원경

건물이 위치한 사근동은 인접한 대학교의 자취생들이 거주하는 동네이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임대사업을 위해 건축주는 수십년간 살아왔던 단독주택을 허물고, 그 자리에 원룸으로 구성된 다세대주택을 짓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인 임대사업으로는 첫발을 띈 셈이었고 사근동이 인근 대학교의 기숙사 역할을 한지도 오래된 터라 건축주는 일종의 후발주자로 시장에 참여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주변 원룸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했고 여기에 더해 인근 대학교의 학생들에게 조금 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고자하는, 동네의 오랜 거주민으로서의 책임감도 내비쳤다.

  대지 면적이 작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능한 최대 체적을 찾는 일이 먼저였다. 이를 위해 마름모꼴의 대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건물의 형상도 마름모꼴이 되었다. 북측에 면한 비스듬한 도로에서 일조사선을 따오니 마름모꼴의 벽체가 뒤로 눕는 모습이 나왔다. 흔한 모양새는 아니었으나 다룰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계단실

정북방향 일조사선을 적용받는 일반적인 다세대 주택에서는 보통, 사선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남쪽 모서리에 계단실을 두곤 한다. 우리는 시장에서 의심 없이 사용되는 이러한 계획방식을 거부하고 마지막 층 높이가 나오는 한계까지 계단실을 북쪽으로 옮김으로서 전 층에 걸쳐 남향세대를 균일하게 확보했다. 계단실의 구성은 법으로 규정된 한계치를 탐구한 결과이다. 유효너비 1.2m의 직선계단과 0.9m의 꺾임계단을 조합한 다소 복잡한 구성의 계단실은 공용면적을 최소화하여 각 세대의 전용면적을 증가시킨다. 남향세대와 계단실 사이의 4인용 승강기는 도로를 기준으로 깊이가 깊은 편인 대지의 조건 때문에 설치가 가능했다.

Interior

개별 세대 안에서는 영역의 구분에 힘썼다. 작은 집에서 사는 삶이 비참한 이유는 사실 별게 아니다. 침대에 누워 멍을 때리고 싶은 순간에도 며칠째 묵혀놓은 설거지거리가 코앞에 있을 때 사는 게 비참하다. 많은 건축가들이 노력한 결과 싱크대와 침대의 거리를 극적으로 줄여놨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도저히 사람을 들일 꼴이 아닌 방에서 택배를 받으려 문을 열 때 비참하다. 현관에서 침대를 포함한 방 전경이 시원하게 들여다보이는 포토제닉한 집이 보통 그렇다. 문을 못 열 꼴이니 창문도 마찬가지. 볕 좀 쬐고 싶지만 앞 집 시선이 무섭다. 발코니라도 있으면 코에 바람도 넣고 저 냄새나는 쓰레기봉투도 내어놓을 텐데.

계단실의 영향으로 이형이 된 각 세대의 모양은 이런 상황에 대해 나름의 대답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201호와 301호에서는 자투리 영역을 주방에 할애해 느슨하게나마 거실과 주방을 구분했다. 벽을 따라 가구를 두르면 첫 인상은 넓어 보이고 좋지만 살면서 비참한 건 해결 못하니 대부분의 세대에 양쪽으로 접근하는 맞춤형 가구를 방 가운데 세웠다. 이로서 최소한 침대는 현관에서 숨겨진다. 건축주는 화장실에 욕조를 두기 원했는데 작게나마 집의 전통적인 구획을 보존하려는 건축가의 태도와 어울리는 제안이었다. 주변과의 관계에 따라 세밀하게 배치된 발코니는 젊은이들에게 주는 우리의 선물이다. 이 중간의 장소를 통해 조금은 숨이 트이길 바란다. 방의 장면은 좁고 볼 품 없을지라도 살아보면 이게 좋으리라 믿는다.

4층_거실 및 부엌

여느 임대주택처럼 이 건물 역시 주인세대가 함께 거주한다. 흔히 최상층을 주인이 사용하는데 반해, 이 건물에서는 4층에 거주한다. 이로서 일조사선에 의해 자연스레 형성되는 4층 베란다를 활용할 수 있다. 실내와 베란다의 소통을 위해 경사면의 조형을 연장하여 큰 개구부를 만들었다. 일조사선을 따르는 두 개의 경사면은 각각의 각도를 가지고 한 모서리에서 만난다. 마감은 경사면의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징크 돌출이음으로 결정했고 줄눈은 두면이 만나는 모서리를 기준으로 한다. 이로서 별도의 덮개 없이 돌출이음만으로 모서리를 처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입면에서 보이듯 경사진 덩어리를 강조하는 마감이 됐다. 이와 같이 2~3층의 사각형과 대비되는 상층부의 사선 조형이 건물의 대표적인 인상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관련 법규와 동네의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산출되었다는 점에서 이 건물의 설계과정은 발명이 아닌, 일종의 발견에 해당한다. 대지주변에 산개해 있는 잠재태를 건축의 언어로 드러내는 것. 여기에 필요한 것은 영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고고학적 부지런이다.

4층_테라스

경사면의 마감으로는 무광택의 은색 징크가 사용되었다. 강한 조형 변화를 강한 재료 변화로 마감하는 것은 우리의 방법이 아니다. 수직면 마감인 백색 스타코와 가장 덜 충돌하는 진성재료 중 선택되었다. 비용문제로 마지막까지 어찌될지 몰랐으나 최초의 디자인을 건축가보다 더 신뢰한 건축주의 의지로 실현되었다. 막 지어졌어도 3년쯤 된 것 같으니, 30년이 지나도 3년쯤 되어 보이길 바란다.

5층_원룸

5층_발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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