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집
제주시 노형동 다가구주택 (2018)
설계 | 투닷건축사사무소 주식회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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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 스타시스 |
인테리어 | - |
사진 | 홍석규 |
설계 기간 | 4개월 |
시공 기간 | 9개월 |
대지면적 | 297.60㎡ (90.05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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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면적 | 178.52㎡ (54.02평) |
연면적 | 497.85㎡ (150.64평) |
층수 | 지상 4층 |
가구수 | 6가구 |
준공년도 | 2018년 |
숨집 (Breath)
제주에는 여자, 돌, 바람이 많다고 했던가.
땅을 만나러 가는 여정에도 바람은 많았고, 그 검은 돌도 발에 채일 듯이 많았다. 구멍 숭숭 뚫린 제주의 돌을 보고 있자면, 어릴 적 보았던 정채봉의 ‘숨쉬는돌’이 떠오른다.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꿈이었던 조약돌 이야기. 제주의 어둡고 답답한 바다 속이 싫어 이 제주의 돌도 물 밖으로 나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자기 몸에 구멍을 숭숭 내어 제주의 바람을 맞고 숨 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제주의 강한 바람을 바위처럼 맞서거나 매끈한 조약돌처럼 흘려버리지 않고 작은 구멍에 잠시 머물게 하다 날숨으로 내보내는 제주의 ‘숨쉬는 돌’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낯선 이방인이 제주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무리이다. 그래도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은 제주의 이 많은 바람이 제주 사람에겐 참 지긋지긋할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자주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과 일상적으로 대면할 때의 불편함이 익숙해질 수 없는 정서인 것처럼 난폭하고 무례하게 시시때때로 찾아 오는 바람도 그러하지 않을까.
제주의 돌로 성기게 쌓인 돌담이 그 무례하게 찾아 드는 바람을 순화시켜 맞듯이 이 곳에 자리할 집도 바람에 단단히 맞서기 보다는 제주의 돌처럼, 돌담처럼 성기게 있어 주면, 센 바람도 한 숨의 공기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좁고 긴 주택의 가운데에 제주의 돌 같은 작은 구멍을 내었다. 이 구멍은 두 명이 마주 앉아 차 한잔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중정이 된다. 집은 네방향 모두에서 옥상정원, 발코니, 중정 등 외부와 만나는 숨구멍 같은 공간들이 자리해 있다. 남쪽은 인접한 집을 내려다 보는 높이에 빛이 거침이 없는 옥상정원이 있으며, 북쪽에는 길 위의 사람과 손잡을 만큼 가까이 발코니가 자리한다.
센 바람에 벽으로 맞서고 바람으로부터 완벽히 단절되어 그 지긋지긋한 바람을 잊는 집이기보다는 순화된 바람으로, 들숨과 날숨으로 사람이 숨을 쉬듯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자연과 조우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