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동주택은 영국에서 생활하셨던 건축주부부의 의뢰로 시작되었다. 처음 미팅에서의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영국주택에서 편리하게 느낀 주차장-현관-창고-거실로 이어지는 공간구성과 풍수지리에 근거한 몇몇 요청사항, 거실대신 식당공간을 크게 구성하고 싶다는 정도였다. 간단하지만 공간의 뼈대가 되는 이 요청을 완만한 경사대지에 풀어내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주택들이 빽빽하게 자리하는 택지개발지구 특성상 프라이버시를 위한 공간이 더욱 필요하여 선택한 'ㄷ'자 구조와 완만한 대지를 이용한 스킵플로어는 이러한 공간의 연결과 분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장치가 되었다. 평소에는 부부만 거주하지만 자주 오는 자녀가족들을 위해 가변적으로 공간을 구성하여 소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풍수지리와 건축주의 의견으로 몇몇 실현하지 못한 아쉬운 장면들도 있지만 건축주의 신뢰속에 약 10개월에 걸친 설계기간은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언젠가 시간이 흐른뒤 나와 단층주택을 다시 계획하고 싶다고 하신 건축주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