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이 단독주택은 ‘공백’이라는 이름처럼 비움의 미학을 건축 전반에 담았다. 건축주는 동화 속의 아기자기한 전원주택이 아닌, 모던하고 세련된 박스형 주택을 원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서재, 특별한 진입 공간, 시원하게 열린 실내, 넓은 면적 활용이 주요 조건이었다.
| 설계 | (주)세이브종합건축사사무소 |
|---|---|
| 시공 | (주)좋은건축더원 |
| 인테리어 | (주)세이브종합건축사사무소 |
| 사진 | 이한울 |
| 설계 기간 | 5개월 |
| 시공 기간 | 9개월 |
| 대지면적 | 329.70㎡ (99.76평) |
|---|---|
| 건축면적 | 162.44㎡ (49.15평) |
| 연면적 | 340.68㎡ (103.08평) |
| 층수 | 지상 2층, 지하 1층 |
| 가구수 | 1가구 |
| 준공년도 | 2022년 |
설계의 핵심은 세 개의 ‘공백’을 두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중정이다. 대지를 따라 길게 건물을 배치하고 중앙을 비워 ‘ㄷ’자 형태를 만들었다. 중정은 남향 옆집과 마주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었으나, 높이 7m의 유리블록 벽을 세워 빛은 들이고 시선은 차단했다. 덕분에 주택 곳곳이 자연광으로 환하게 채워지고, 내부 공간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중심이 되었다.
두 번째 공백은 진입 공간이다. 경사진 대지 여건을 활용해 도로에서 1.2m 이상 올린 1층에 진입부를 두고, 가장 높은 남서측 코너를 비워 웅장한 개방감을 만들었다. 2.5개 층 높이의 이 공간은 주택의 얼굴이자 상징이 된다.
세 번째 공백은 썬큰이다. 지하 서재 겸 홈오피스를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 공간을 지상으로 드러냈다. 이렇게 형성된 긴 외부 여백은 지하에 빛과 바람을 들이며, 건축주의 사색과 휴식을 위한 장소가 된다.
내·외부 마감은 자연 소재와 블랙&화이트의 절제된 색감을 사용해 통일감을 주었다. 외장에는 묵직한 마천석과 밝은 대리석, 그리고 투명 유리블록을 조합해 빛과 질감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내부 또한 은은하고 밝은 톤의 마감재와 간결한 디테일로 모던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주택의 구조는 철근콘크리트로 시공되었으며, 단열재와 고성능 창호를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1층은 거실·주방·식당과 중정 등 공용공간이 배치되어 가족의 일상을 담고, 2층은 사적인 영역으로 구성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오픈형 계단과 전창은 층간 시야를 열어 공간감을 키웠다. 안방과 사랑방 테라스에서는 북한산 풍경이 액자처럼 펼쳐진다.
이 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빛·공기·여백이 어우러진 생활 무대다. 건축가는 “비움이 곧 가능성을 만든다”는 철학을 담아, 필요 이상의 장식을 덜고 공간이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내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공백’은 기능과 미감을 모두 만족시키며, 도시 속에서도 사색과 휴식이 흐르는 집이 되었다.